박 전 대통령, 포토라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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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21일 오전 9시 30분에 검찰청에 출석해 소환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인 손범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응하여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의 본격적인 기싸움은 소환시 검찰청 입구 포토라인에서 공개적으로 기자들을 맞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로 시작된다. 이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은 “과거 사례를 확인해 참고하고 준용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995년 11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2009년 ‘박연차 게이트’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에 맞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안양교도소에서 검찰의 출장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검찰에소환돼 조사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물의를 일으켜 죄스러운 마음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 또한 검찰청 입구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소환 대상자들이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혐의가 확정되기 전 사실상의 범죄자로 보이는 낙인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에 소환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사진으로 나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죄인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항상 주요 피의자들이 검찰청에 소환될 때는 포토라인 문제가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특수본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소위 ‘거물급 인사’가 소환될 경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내의 대형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특별조사실은 51m²(약 15평) 면적에 샤워시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하지만 2013년 중수부가 폐지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중앙지검 7층에 위치한 형사8부 영상녹화실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최순실씨가 처음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장소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할 경우 조사 직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나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 등과 짧은 대화시간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소환조사 직전 당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10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또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부장검사급(우병우 중수1과장)이 맡은 만큼 박 전 대통령 또한 한웅재 형사8부장 등 부장급 인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할 경우 강도 높은 조사가 반나절 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사에는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동석하게 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차례에 걸쳐 27시간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이들 두 명의 전직 대통령보다 제기된 의혹과 관련 사건이 방대한 만큼 최소 10시간 이상의 조사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분위기다.

박영수 특검팀의 대면조사 무산의 가장 큰 이유였던 녹음·녹화와 관련해선 검찰의 통보만 남은 상태다. 참고인의 경우 동의를 얻어 녹음과 녹화가 진행돼야 하지만 피의자 신분인 박 대통령에 대해선 검찰이 통보 후 곧바로 녹음·녹화를 진행할 수 있다.
이외의 구체적 조사방법과 수단 등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율은 없다. 조사 방법은 검찰이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 중 영상 녹화나 녹음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측과 일체의 조율 없이 통보할 것이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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