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악동'클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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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셸리 클라크(左)가 훈련 도중 안준호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삼성 제공]

"날 기억하겠나?"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이성훈 사무국장이 물었다. 몸집이 남산 만한 흑인 선수가 눈을 끔뻑이며 이 국장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

흑인 선수의 이름은 셸리 클라크(36.1m99㎝). 2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올루미데 오예데지(2m1㎝) 대신 뛸 선수다. 삼성은 클라크에 대해 불쾌한 기억이 있다. 클라크는 200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선발 대회(트라이 아웃)에서 삼성에 지명됐지만 계약을 거부했다. 이 파문은 트라이 아웃을 폐지하자는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2004~2005시즌부터 자유선발제도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국농구연맹(KBL)이 정한 외국인 선수의 급여는 월봉 1만 달러, 계약 보너스 500달러였다. 그런데 클라크는 계약 보너스로 1만 달러, 월봉도 매월 3000달러를 추가로 요구했다. 다른 구단에 입단하기로 약속했다 삼성이 자신을 지명하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것이다. 삼성은 결국 클라크를 포기했다.

클라크가 교체 선수로 정해지자 삼성 구단에서는 "왜 하필 클라크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대안 없는 선택이었다. 우수한 선수들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 클럽에서 뛰고 있다. 1m95㎝ 안팎의 외곽 선수는 많지만 2m대의 골밑 선수는 드물다.

일리노이대 출신으로 터키 등에서 뛴 클라크는 골밑 공격과 수비에 능하고, 경기를 읽는 눈도 밝다. 그러나 여러 나라 리그를 전전하며 남긴 기록에 따르면 클라크는 자주 '고의 파울'이나 '비신사적인 파울'로 말썽을 일으켰다.

클라크는 "삼성에서 뛰게 돼 영광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콧대 높던 2년 전의 태도는 간 데 없다. 하지만 이 국장은 "말은 필요 없다. 경기에서 증명하라"고 잘라 말했다. 클라크는 10일 SK전부터 출전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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