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변정수 ‘사랑도 리필이 된다?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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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아침식사는 60알의 원두를 넣어 분쇄한 향긋한 커피 한 잔이 전부였다. 그뿐만 아니라 굵직한 세계 역사를 장식한 헤밍웨이, 칸트, 심지어 나폴레옹까지도 커피가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진정한 커피광이었다고.

만약 그들이 부활한다면 너무나도 반가워할 정도로 요즘 시내를 나가보면 한 집 건너 하나씩 커피 전문점이 있다. 그 때문에 보리차보다 흔하게 갓 끓인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한 가지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바로 '리필'을 안 해준다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커피=무한 리필' 아니었던가.

하물며 이렇게 요즘처럼 커피 리필도 인색한 시절에 그것도 사랑이 리필된다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 변정수를 만났다. 정말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시트콤 제목처럼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다 되죠. 얼마 전 선배언니의 독신 이유를 물었더니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족이 되는 순간 사랑의 애틋함은 모두 잃어버린다고. 그 순간 문득, 첫사랑과 결혼한 저를 돌아봤어요."

어느새 벌써 결혼 11년 차. 첫사랑의 기억도 묽어질 법한, 뜨끈했던 열정도 미지근해질 세월일 텐데 그녀는 분명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여자의 오묘한 빛이 났다. 지금 드라마 속에서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역할 때문일까.

"정말 결정적 역할을 했죠. 매일 방송하는 일일 시트콤이다 보니까 일주일에 꼬박 4일 밤샘 촬영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예전에 몰랐던 남편의 사랑이 새록새록 느껴진다니까요."

올해 그녀는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학부형 2년 차의 엄마다. 뒤돌아서면 궁금하고, 걱정되고, 보고 싶은 예쁜 딸내미 채원이를 혼자 두고 촬영을 하는 맘이 편할 리 없을 텐데 그녀의 남편은 아내를 대신해 퇴근을 서둘러 아이의 숙제도 봐주고, 밥도 챙겨준다.

"제가 바빠지다 보니까 서로 전화로 통화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 이야기에, 일 얘기에 예전보다 대화도 많아지니까 사소한 오해도 적어지고. 그런데 무엇보다 사랑을 리필하는 데는 이벤트가 가장 좋아요."

지난해 2월, 결혼 10주년을 맞은 변정수 부부는 뭔가 특별한 기념일을 계획했다. 호화롭고 설레는 제2의 신혼여행 대신 그녀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봉사단체를 통해 방글라데시 빈부 지역의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던 것.

"일주일 동안 아기들 목욕도 시키고, 흙 날라서 학교도 짓고, 벽에 그림도 그렸어요. 숟가락 없이 손으로 밥 먹으며 정말 고생 많았죠. 그런데 베풀겠다는 맘으로 갔던 그곳에서 오히려 저희가 사랑을 가득 채워왔어요. 그때 알았죠. 사랑도 리필이 된다는 것을. 단, 노력은 해야겠죠."

그렇다. 커피 리필도 마술처럼 저절로 빈 잔에 후루룩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처음처럼 물도 끓이고 원두도 갈아야 하는 것처럼.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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