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영수 특검, 박지원에 90도 인사" 알고보니 가짜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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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게 90도로 고개숙여 인사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다. 중앙일보가 검증해보니 '가짜뉴스(Fake News)'였다.

2010년 청문회장 고개숙인 이재오→박영수 둔갑 #“박지원 똘마니 박영수 구속하라” 글과 함께 돌아

이날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에선 한 남성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사진이 ‘박영수 꼴좋다. 비례대표 1번 바라냐?’ 등의 문구와 함께 퍼졌다. 사진 하단에는 '특임'이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어 마치 박영수 특검인 것처럼 혼동할 수 있게 돼 있다.

트위터 등에서 퍼지고 있는 박영수 특검 관련 가짜뉴스. 박지원 대표에게 고개를 숙인 남성을 박 특검으로 설명하고 있다.

트위터 등에서 퍼지고 있는 박영수 특검 관련 가짜뉴스. 박지원 대표에게 고개를 숙인 남성을 박 특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사진 속 인물들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사진은 박영수 특검과 관련이 없는 사진으로 밝혀졌다. 사진이 촬영된 일자 및 장소는 2010년 8월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이재오 특임장관 인사청문회 자리였다. 고개를 숙인 남성은 청문대상인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 본인이었고, 오른쪽에 서 있는 남성은 김해진 특임차관, 왼쪽 남성은 김좌열 특임장관실 제2조정관이다. 해당 사진은 2010년 8월24일자 중앙일보 1면에도 사용됐다.

해당사진이 보도된 2010년 8월24일자 중앙일보 1면. 이재오의 90도 인사법이라는 사진제목이 적혀있다.

해당사진이 보도된 2010년 8월24일자 중앙일보 1면. 이재오의 90도 인사법이라는 사진제목이 적혀있다.

당사자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나도 SNS로 돌고 있는 사진을 봤다”며 “이게 왜 박영수 특검으로 둔갑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임장관으로 지명된 후 각당 원내대표들에게 인사를 도는 자리였다. 당시 '이재오의 90도 인사'가 화제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 8월8일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으로 지명했는데, 야당 측은 “편중 인사로 헌정사상 최악의 개각”이라며 강도 높은 청문회를 예고했다. 박지원 대표는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으로 청문회를 총 지휘했다. 이 의원은 장관 지명 후 ‘김대중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방문해 박 대표에게 “잘 봐달라”며 인사하는 등 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박지원 대표도 “일주일 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서 해당 사진이 유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해당 사진은 2010년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당시 90도 인사법이 유명했던 것이 정확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가 박영수 특검을 추천했다는 이유로 관련한 가짜뉴스가 워낙 범람하고 있어 일일이 대응하고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SNS에선 “박영수 특검과 박지원의 밀약관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박지원 똘마니 박영수 특검을 구속하라"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돌았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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