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연금 안 내고 연금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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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 두 보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왔다. 유 후보자는 1999년 7월부터 13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안 냈다. 정규 직장인은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강의하고, 신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세도 상당히 받던 시절이었다.

그의 부인 역시 2002년 9월부터 28개월간 국민연금을 내지 않았다. 대학 강사로서 한 해 수백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때였다. 그의 부인은 또 지난해 대학 강사로 14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냈다. 국회의원인 유 후보자의 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유 후보자의 건강보험 납부 과정에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 그가 지역가입자로 등록한 99년 7월부터 2003년 3월까지 건강보험공단은 그에 대해 네 번에 걸쳐 보험료 인상 조치를 취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유 후보자가 소득을 정확히 신고하지 않아 보험공단이 세무 자료를 바탕으로 과표를 강제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지역 국민연금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통지를 받지 못해 생긴 일이며, 건강보험 문제엔 불법적 요소가 없다"고 해명했다. 후보자 측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직장을 관둔 뒤 지역 국민연금으로 바로 가입하지 않는 것과 수입이 불안정한 배우자를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올리는 것이 일반인 사이에선 다반사라고 여기는 듯하다.

너그럽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관장하는 부처의 장관이 되려 하는 데에 있다. 안 그래도 두 보험은 지역가입자의 체납과 기피가 큰 문제다. 게다가 가입 자격 전환 신고 누락은 국민연금법(제19조)을 어긴 불법행위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국민연금 미납은 두 해 전 일본에서도 문제가 됐다. 당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과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가 그 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후보자는 그의 유명한 '항소이유서'에서 "법이 아닌 양심의 명령에 따른다"고 했다. 그의 양심이 자신의 자격을 심사할 때다.

이상언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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