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중화권으로 빠져나갈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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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이 중화권(中華圈) 시장으로 빠져 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대만의 증시 개방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 있는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사에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대만 정부가 하반기 중 30억달러로 묶었던 외국인들의 투자금액 상한선을 폐지키로 하는 등 규제를 대폭 풀겠다고 발표한 뒤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 MSCI가 산출하는 지수에서 대만에 대한 투자 가중치가 상향 조정되면 외국인 자금이 대폭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MSCI지수는 세계 1천5백여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전략을 짤 때 참고하는 지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이같은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대만이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비중있는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백억달러로 전체 시가총액의 22% 수준이다. 한국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9백억달러로 시가총액의 37% 정도다.

그러나 규제 완화로 대만에 대한 가중치가 한국을 추월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대만으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대만에 3백억~4백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약속한 증시 개방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말 UBS워버그와 노무라증권에 대해 상하이.선전의 내국인 전용인 A증시에서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모건스탠리.시티그룹.골드먼삭스.도이치방크 등이 잇따라 투자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 6일 승인을 얻은 HSBC는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신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박준흠 국제팀장은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마다 자산 분배 전략이 다르므로 규제완화에 맞춰 중국.대만으로 돈이 몰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특히 중국의 경우 증시 개방 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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