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고립에 빠진 북한, 일본인 요리사 통해 탈출구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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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藤本 健二ㆍ70)가 평양에 ‘평양라면집’을 열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후지모토를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신보가 후지모토가 열었다고 소개한 평양의 일본 음식 요리점[사진 조선신보 홈페이지]

조선신보가 후지모토가 열었다고 소개한 평양의 일본 음식 요리점[사진 조선신보 홈페이지]

후지모토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8월 북한에 들어간 뒤 종적을 감췄고 지난달 16일 NHK 방송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평양에서 후지모토를 만났던 소식통은 “후지모토는 실종설 등 소문과 달리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총련 기관지, 후지모토 평양 소식 공개한 숨은 의도있어 #후지모토, 북ㆍ일 국교 정상화 언급...과거에도 논란 #북한, 최근 외교적 고립 빠져...일본을 탈출구로 노릴 수도

후지모토는 외부의 우려와 달리 중국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신보는 후지모토가 재료와 조미료를 구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그동안 후지모토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처럼 기관지를 통해 소식을 전달한 계기는 무엇일까? 후지모토의 입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를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후지모토는 요리점을 열게 된 동기를 “일본과 조선(북한)의 관계개선과 국교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북ㆍ일 사이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언젠가는 앙금을 풀어 손을 잡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후지모토의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해법을 찾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북한을 나와 일본에 들어오던 후지모토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그에게 “북일간 가교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후지모토에게 외교적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지모토는 결국 아베 총리를 만나지 못하고 북한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는 “김정남 암살과 북핵 문제로 외교 고립에 빠진 북한 당국이 일본을 탈출구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행보가 예전보다 빨라질 경우 일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말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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