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화학물 인공합성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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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화학상 업적>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은 천연단백질과 같은 효소 촉매작용을 하는 새로운 화합물(이를 분자구조식의 모양이 왕관처럼 생겼다하여 크라운 화합물이라 부른다)을 최초로 합성하고 이 이론을 정립시키는등 화학분야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데 있다.
올해 83세로 현역에서 오래전에 은퇴한「찰즈·페터슨」씨는 20년전인 1967년에 이같은 성질을 가진 크라운화합물을 처음으로 합성해낸 이 분야의 개척자이며「크램」(68)과 「랑」박사 (48)는 이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호스트-게스트 화학」(Host-Guest Chemical)의 새장을 열었다. 이들이 합성해낸 고리화합물은 특정한 분자나 이온을 고리속으로 잡아넣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이들을 결합시킨뒤 필요한 성분만을 분리해낼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주인이 필요한 손님만을 골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생체는 거대분자인 단백질·효소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선택성이 높은 주인-손님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성질은 인공단백질 합성을 비롯해 바닷물속의 우라늄만을 따로 추출해낸다거나, 체내에 흡수된 방사성물질등의 유해성분만을 골라 제거해내는데도 응용될 수 있는등 생물학·약학·농학·산업·의학분야등에서 상업적으로도 이용될 전망이며 이같은 이용가치가 크다는점이 이번 수상의 큰 이유가 된 것 같다.
이들은 사람과 동물에게서 매우 중요한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하나의 주인분자를 설계·제조하는 중요한 성과를 올린바있다.
서울대 이우영교수(자연대)는『이 분야에서는 최근 이들 수상자외에도 큰 업적을 내고있는 화학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수상하게 된 것은 행운도 크게 따랐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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