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감당도 못할 선심공약|전 육<정치부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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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여야정당이 쏟아내는 각종 공약 또는 공약성 발언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정치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수준의 경쟁에 맴돌아야 하는지의문이 간다.
여야정당이 지금까지 자기들이 제시한 논리나 뒷감당 문제는 제쳐놓고 당장 호감을 사 표를 얻을수 있는「거리」만 찾고 있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민정당은 지금까지 인기보다 국익의 차원에서 물러설수 없다고주장해온여러가지논리들을 손바닥 뒤집듯한 예가 한둘이 아니다.
6.29이전까지는 절대 허용할수 없다고 했던 노동관계법중 산별노조를단숨에 받아들였고, 정부가 추곡수매가 인상에 당의 말을 안듣는다고 회의를 보이코트하는가 하면, 국회의원10여명이 일제히 나서 잎담배 수매가를대폭 올리도록 장관을 공개리에 윽박질렀다.
그뿐인가. 불교재단·사찰의「현실」에 문제가 있다하여 이 핑계 저 핑계로 물러서지 않던 불교재산관리법을 일거에 폐지키로 했다. 광주행정구역확대 조정도 오랜 기간 검토해 왔다고하지만 이 시기에 발표하는 것은 속이보인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민주당의 공약과 주장중에도 혁명적이라 할만하거나 실천 가능성을 도외시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한 예로민주당이 요구한대로 농어촌 부채를탕감해주자면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숫자의 돈이 든다. 추곡가 25% 인상은 자기들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줄알고 내놓은 안으로 보였던 것이다. 최저임금 17만원도 중소기업의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공약을 분석하면『조세 부담을 줄이는 반면 재정 지출은 늘리겠다』는 식의 상호 모순된 정책 대안이 상당수 눈에 뛴다.
한마디로 여야 할것 없이 선거 열기에 다소 들뜬 정책 제시가 아닌가 싶다.
정당들이 이런 폐습을 스스로 고치지 못한다면 결국 유권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속이려해도 국민이 속지 않으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와의 발전단계나 여건은다르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대권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 뉴 리더 3명간에 가장 뜨거운정책경쟁은「21세기 문제」라는 점을 음미해볼 필요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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