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돈 있어야 고시공부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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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S 모대에 재학중인 이준희(23 가명)씨, 지난 10월 전역 후 군대가기 직전에 모아놓은 돈 400만원으로 공부를 시작한지 2달, 이씨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씨가 다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게 된 이유는 방탕한 생활도, 명품 구입도 아니었다. 신림동의 값비싼 학원 수강료와 독서실과 고시원비등이 그를 아르바이트 병행 고시생으로 내몰았다. 이씨 아버님은 지난 6월 퇴직을 하셨다.

이씨가 한 달 살림내역은 독서실비 20만원, 학원 80만원(헌법 형법 수강), 자취방 40만원, 식사비 30만원, 교재비 10만원, 기타 생활용품 25만원이다. 이씨의 자취방은 2평정도, 샤워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기장판을 써야하는데 이마저도 자취방 주인의 눈치를 봐야한다고 이씨는 말했다. 화장실도 6명의 고시생들이 공동사용하는 낡은 시설이지만 한 달에 50만원이다. 이는 서울 대학가 자취방에 비해 30~40%이상이 비싼 수치이다.

학원 수강비 역시 만만치 않다. 한 과목의 하루 강의 비용은 11,000원으로 한달이면 약 33만원에 이른다. 처음에 두과목만 수강하더라도 교재비까지 포함하면 80만원이 필요하다. 3~4과목을 수강하게 되면 학원비만 이백만원 가까이 된다. 독서실의 비용도 20만원으로 숙식이 안된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비싼편이다.

이씨의 경우 넉넉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살림규모를 최소화한 것이지만, 겨울방학 2개월을 신림동에서 고시 공부를 하려면 4~5백만원은 준비해야한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신림동 지역의 물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것은 가격담합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상가주인들은 같은 업종끼리 가격을 조율하고 이보다 낮게 받을 경우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최근에 신림동에서 독서실을 시작한 김모씨(53세)는 "고시생들의 어려운 심경은 알고 있으나, 가격담합을 안 지킬 경우 왕따 시키는 주변 독서실의 횡포 때문에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는 길게 담배연기를 뿜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시도 요새는 돈 있어야지 준비해요. 없는 사람은 공부도 못하는 세상이예요.” [이태호 / 서울시립대 법학부]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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