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BK… 비겁한 보스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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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이 29일 극비 귀국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보스턴에서는 그와 관련된 모종의 움직임이 심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홈 팬들 및 현지 언론들과 껄끄러운 관계에 빠져 있는 김병현에 대해 암묵적인 지지와 지원을 보내던 테오 엡스타인(29) 보스턴 단장이 비밀리에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 그리고 구단 프런트를 통해 지난 7일 오클랜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한 것으로 구단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고 김병현과의 결별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앞서 김병현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는 일부 팬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2차 손가락 파문'을 일으켰던 것에 대한 진상 보고를 접하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엡스타인 단장은 구단 직원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코칭스태프와 자리를 함께하면서 "김병현과 더 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보스턴 구단은 엡스타인 단장의 지시로 현장에 있던 미국 기자들과 팬들을 상대로 직접 상황을 물어 보는 등 비밀리에 진상 조사를 단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스턴 구단은 그동안 김병현의 2차 손가락 파문에 대해서는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기 힘들다. 설마 그렇게 했겠느냐"고 말해 왔고 엡스타인 단장 역시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1차 손가락 파동 이후 "즉각적인 사과로 모든 문제가 정리됐다. 김병현은 아직 성장 과정에 있고 우리와 함께 계속 있게 될 것이다"고 말하는 등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보스턴 구단이 처음에는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다가 리틀 감독을 해임한 뒤 BK까지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엡스타인 단장의 분노가 사실이라면 김병현의 트레이드는 시간이 문제일 뿐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편 김병현의 미디어 담당 코디네이터인 대니얼 김은 이 같은 사실 확인 여부를 위한 전화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일간스포츠 시카고=노재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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