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월드시리즈서 맞대결 기대…명예회복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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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만 다오.'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이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팀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여느 선수나 마찬가지이지만 김병현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 더욱 그렇다.

김병현은 포스트시즌 내내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홈인 펜웨이 파크서 야유하는 팬들을 상대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운 것을 시작으로 어깨 통증이 있었는데도 코칭스태프의 등판 지시를 거부했다는 오해를 받았고, 결국 챔피언십 시리즈 엔트리 탈락이라는 뜻밖의 사태까지 겪었다.

김병현으로선 월드시리즈에서의 실력 발휘만이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단숨에 물리치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주변 여건은 김병현에게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깨 근육통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는 데다 그래디 리틀 감독 등 팀에서는 부상서 회복만 된다면 월드시리즈 엔트리에는 다시 합류하게 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김병현을 고무시키는 것은 유력한 월드시리즈 맞상대인 시카고 커브스가 만만하다는 점이다. 플로리다 말린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커브스는 13일 현재 3승 2패로 앞서, 남은 2경기서 한 경기만 이기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김병현은 올 시즌 리그가 달라 커브스와 한 번도 대결하지 못했지만 최근 3년 간 방어율 0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김병현은 이 기간 중 커브스전에 모두 8차례 출전, 총 10⅔이닝을 던지며 6안타 4볼넷을 내주었으나 삼진을 무려 14개나 잡아내는 등 단 한점도 내주지 않았다. 수확한 세이브만 4개였다.

커브스 타자들 가운데 모이세스 알루(4타수 3안타)를 제외하곤 대부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상대했다. 새미 소사는 9차례 맞붙어 삼진 7개를 잡아내며 무안타로 틀어막았고 에릭 캐로스(12타수 1안타) 랜달 사이먼(4타수 무안타) 아라미스 라미레스(7타수 1안타) 등 나머지 중심 타자들도 가볍게 돌려세웠다.

김병현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월드시리즈 무대가 마련될지 지켜보자.

시카고=노재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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