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거두라|12대 마지막 정기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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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21일 개회되었다. 해마다 연례적으로 열리는 정기국회이기는 하지만 제5공화국을사실상 마무리하는 국회라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 국회는 17조5천억원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의말고도 우리헌정사상 초유의 합의개헌에 따른 부수입법등 실로 산적한 과제를 처리해야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이같은 안건들이 앞으로의 순탄한 정치일정 추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으례 국회가 파장에 이르면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주요의안들이 대충대층 처리되는 타성을 보여온게 사실이다.
더우기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2월의 정권교체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그와같은 나쁜 타성이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번 국회에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의 확정절차를 밟게 되어있어 다른 안건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개헌안 합의에서 보여준 타협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 선거법등 부수법안과 지자제 관계법, 노동관계법, 언론관계법등 민주화 조치와 관련된 법률들의 개정작업도 차질없이 이룩되어 역대 어느 국회보다 알찬 결실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여야가 정치의안에만 골몰한 나머지 다른 안건의 처리를 소홑히함으로써 『파장 국회는 역시 별수없구나』하는 지탄을 받지않도록 간곡히 당부한다.
새해 예산안이 왜 중요한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여야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대권경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시기상의 문제때문에 날림으로 처리될 우려가 없지않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를 의식한 선심공세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터에 가령 국민편에 서서 예산안을 깎고 다듬는 일 대신에 자신이나 자기당의 이익때문에 소홀히 다루거나 오히려 증액하려 든다면 어찌될 것인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언론관계법, 노동관계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각기 이에대한 법안을 내놓고 있으나 졸속 아니면 인기에 영합했다는 지적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노동관계법에서 득표만 의식, 우려의 현실을 등한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렇지만 언론관계법의 개정에서도 여당안이건, 야당안이건 언론의 활성화와는 동떨어지게, 도리어 언론을 죄는 독소조항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등은 귀를 기울여야할 대목일 것이다.
빠듯한 정치일정에 비추어 이번 정기국회를 50일간으로 잡은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예년보다 40일간 단축된 회기안에 처리해야할 안건이 모두 80건이나 되며, 그 하나 하나가 담고 있는 내용의 미묘함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가 민생·인권과 직결되는 안건을 소홑히 다루어도 좋다는 구실은 될수 없다. 이번 국회가 안고 있는 과제가 증대하고 그 의미가 크면 클수록 민주화란 대의에 충실하게 운영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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