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선진국문턱서 좌절…타산지석 삼아야|국민 이해·참여부족도 원인|정치-사회불안으로 경제도약기회놓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국정치의 장래가 일본이냐 필리핀이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올림픽의 결과가 64년 도쿄, 68년 멕시코시티 어느 쪽이 될 것인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서울올림픽이 지향하는 바는 도쿄식이고 추진과정은 멕시코식이면서 사후대비는 뮌헨식의 용의주도함이 필요하다.
도쿄을림픽은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밑 거름이 됐다. 일본은 올림픽을 국가발전의 한 전환점으로 삼고 대회를 조직, 운영했다.
그러나 멕시코올림픽은 대외과시의 인상이 짙다. 도쿄의 경제적 의도와 달리 멕시코는 정치적 의도가 더 강했다.
멕시코대회는 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회 1년을 앞둔 서울로서는 타산지석(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으로 처음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온 국민은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바로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흥분에 들떠있었다. 그래서 앞뒤를 재지 못하고 무리한 투자를 했던게 사실이다. 또 올림픽이 정치·사회의 불안을 진정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것도 오산이었다.』
당시 멕시코 대회조직의 핵심 역할을 했던 멕시코올림픽위원회 위원「올레가리오·바스케스·라냐」씨(국제사격연맹회장)는 19년전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국가올림픽연합회(ANOC)「마리오·바스케스·라냐」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올레가리오」씨는 『올림픽이 선진국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제3세계에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고 애국심을 고취하여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큰 뜻이 있다. 그런 뜻에서 멕시코대회는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고 평가한다.
88서울대회는 68멕시코대회와 비슷한 점도 있으나 분단국으로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교류촉진, 국제적인 관계개선과 지위향상이라는 다른 목표가 있고 경제적 손실이 없을 것으로 그들 나름대로 진단한다.
68년 올림픽 당시 멕시코는 1인당 국민소득 5백70여 달러로 오늘날 한국의 경제수준과 비슷했다.
외채는 30억 달러 미만의 건전한 상태였고 경제는 매년7∼8%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또 세계 최대급의 석유매장량이 확인됨으로써 미래의 복받은 나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서 멕시코는 올림픽을 통해 세계무대의 진출을 모색했다.
멕시코정부는 무리한 올림픽투자로 결국 당시 7천만달러, 오늘날 화페가치로 2억달러 이상의 적자대회를 치러야했다.
또 대회에 앞서 학생시위가 잇달아 계엄령하에서 2백60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러한 소요 속에 올림픽은 무사히 끝났으나 많은 외채만 남겨주었을 뿐 국제적인 인식도 좋지 못했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의 이해 시민의 참여를 이루지 못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결국 멕시코는 국내 정치·경제의 불안으로 화려한 올림픽의 후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표적 케이스가 됐다.
「올레가리오·바스케스·라냐」씨는 『그러나 멕시코대회는 국제적 지위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멕시코가 올림픽 후 중남미에서 정치 및 스포츠의 리더가 됐으며 현재 미주스포츠기구 (PASO)의 의장국이 된 것도 그 덕분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멕시코올림픽은 스포츠 문화를 꽃 피우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멕시코는 당시 올림픽에서 금 3, 은 3, 동 3등 메달 9개를 따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난 후 정부의 지원이 약화되어 올림픽의 열기가 경기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의 말을 빌면 멕시코는 사후대책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수는 없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는 정말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서울대회는 국민의경제적 부담이 별로 없으며 각종 수익사업으로 흑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12년 만에 두 조각났던 세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제전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서울은 복 받은 케이스』라는 결론이다.<진창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