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돈, 사내부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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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업계에서는 요즈음 갖가지 명목의 준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만도 하다. 노사분규로 임금은 올려 주었는데 상품가격이나 요금은 쉽사리 올릴수 없으니 한푼이라도 절약함으로써 경영을 합리화하기위해 준조세 부담을 문제로 삼지 않을수 없게된 것이다.
최근에 재계대표들은 민정당측에 각종 기부금·성금등 준조세부담을 덜어 주게되면 여기서 생긴 여유자금으로 근로자들의 대우도 개선해주고 복지후생을 늘릴수 있어 노사분규의 미연방지와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전달했다.
재계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 해묵은 준조세문제를 결단성있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기업측에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준조세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여전히 개선이 안되고 있다. 준조세는 두가지로 크게 대별된다. 하나는 조합비·협회비·수수료등 일종의 행정비용으로서 실비명목의 것이고, 또하나는 기부금·성금등 공익성이 강한 반강제적 부담이다.
심각성에서 볼때 실비 명목의 준조세보다 반강제적 부담이 더 문제다.
사실 각종 성금·기부금등은 비록 공익을 위한것이지만 비자발적으로 갹출되어 일종의 공인된부조리 해당한다.
어쨌든 명목도 수십가지에 이르러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힘든 준조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숫자적으로 나타난다. 정부·공공기관에서 기부금 형식으로 거둔 각종 성금이 지난 85년에 기업매출액의 0·77%에 달했으며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지난해 국내기업 (조사대상 2백36개) 1개사 마다 6억8천만원의 준조세를 부담했다.
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까 말까하는 기업과 적자기업이 부지기수인데 준조세 부담의 중압이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다. 기업들이 어껄수 없이 가입하고 있는 각종 단체만도 많으면 50∼60개, 적으면 20∼30개에 이르러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준조세중에는 긍정적으로 이해해야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불우이웃돕기나 적십자회비처럼 순수한 공익을 위해 국민모두가 능력에 따라 한몫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수긍이 안가는 각종 성금·기부금이 더 많다.
준조세의 부작용을 따져보자. 기업부담을 늘려 재무구조를 압박함으로써 정상기업 활동을 제약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상품가격이나 서비스가격을 올려 물가인상요인이 될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임금·복지부문에 주름살을 주기도 한다.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이제 준조세는 정부가 앞장서 대폭 없애는 쪽으로 개선토록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자율적, 자발적인 성금·기부금이 아니면 없애야 된다.
그리고 꼭 재원 마련이 필요한때에는 재정에서 부담하고 정당한 세금을 거둬 메우면 된다.
이렇게 할때 국민들중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준조세 정리에 박차를 가하도록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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