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90학번들 낡은 이념으로 과격 학생운동 배후 조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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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에 대해 운동권 선배인 여야 '386'의원들이 10일 질책과 충고를 쏟아냈다.

민주당 임종석(任鍾晳)의원은 "장갑차 위에 학생들이 올라서 있는 화면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면서 "학생운동은 상징적이고 사회계도적 성격을 띠어야지 직접 장갑차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이는 방식은 비판여론만 확산시킬 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任의원은 한총련의 전신인 전대협 의장(3대)을 지냈다.

역시 전대협 의장 출신인 같은 당 오영식(吳泳食)의원도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6.10항쟁 같은 비폭력 운동이 광범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위력도 훨씬 더 컸던 것 같다"며 "정당한 주장이라도 국민적 동의나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생운동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吳의원은 그러면서 "선도투쟁식으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극단적 방법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우리도 어떻게해 볼 도리가 없다"면서 학생들의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의원은 "많은 사람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서 "지난 20여년의 학생운동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같은 당 원희룡(元喜龍)의원도 "극단적 방법은 한.미 관계에도 도움이 안될뿐더러 오히려 한총련을 고립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총련의 극단적 투쟁을 둘러싼 원인 분석도 나왔다.

임종석 의원은 "아직까지 89, 90학번 같은 나이든 사람들이 배후 조종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10년 동안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고 캠퍼스 테두리에서 낡은 방식, 낡은 이념을 적용하려 하니 뭐가 잘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개혁과 변화를 시도하려는 현 의장 등 온건파에 맞서 원리주의인 강경파가 저항하면서 지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터져나온 돌발사태"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구체적 위법 사실에 대해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한총련이나 학생운동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언론이나 공안 당국이 한총련 전체를 몰아붙이게 될 경우 변화.개혁을 시도하려는 한총련 내 온건파의 입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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