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이 공정위 압박, 삼성에 추가 특혜 줬는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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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수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 사유를 “지난 3주간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한 조사”(이규철 특검보)라고 12일 밝혔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정부 차원의 추가적 특혜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433억원을 두 회사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봤던 기존의 틀을 대체할 법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특검, 오늘 이재용 재소환 왜
SDI가 매각 할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서 500만 주로 줄어

장충기 미전실 사장 불러 조사
삼성 “정부 가이드라인 따른 것”

특검팀은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김학현(60)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정재찬(61)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승계와 관련해 정부가 제공한 일련의 특혜성 조치 전반이 포괄적 대가였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매각해야 할 삼성물산의 주식 수를 2015년 10월 1000만 주에서 두 달 뒤 500만 주로 줄여주는 과정에서 삼성 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정부의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안종범(57)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로 최상목(54·현 기획재정부 1차관) 경제금융비서관이 공정위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최 차관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공정위가 마련한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발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한 것일 뿐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특검팀의 부담이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 법원은 ‘관련자 조사’ 등 수사 진행상황을 기각 사유로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 특검보는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특검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과 관련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불승인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청와대 수사 거부 행위의 불법성을 드러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에 대한 소환 여부도 이번 주에 결정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최근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의 범위를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과 ‘특별감찰관실 해체 의혹’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일부 파견검사의 반대와 수사기간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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