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말] '점안' '도포'가 뭔 말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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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안·도포-.

안약의 설명서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요?

의약품은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설명서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설명서를 보아도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점안' '도포'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는 어려운 단어입니다. '점안(點眼)'은 눈에 안약을 떨어뜨려 넣는 것을, '도포(塗布)'는 약을 겉에 바르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얼마든지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이리도 어렵게 설명해 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1방울 1일 3회 점안한다'는 '1방울을 1일 3회 눈에 넣는다', '1일 3회 도포한다'는 '1일 3회 바른다'로 하면 될 것을 어렵게 써 놓았습니다.

어떤 약에는 '경구 투여 금지'라 적혀 있는 것이 있습니다. '먹지 말라'는 얘기를 참으로 어렵게도 표현해 놓았습니다. 혹 그래야 무게가 있고 권위가 서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자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이 대하는 문구에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단어를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글을 쓸 때에도 일상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사용해야 이해하기 쉽고 부드러운 글이 됩니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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