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한총련 시위 왜 방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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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의 미군 사격장 내 시위는 대법원의 판단대로 한총련이 여전히 이적단체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우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훈련을 방해하는 행위는 적화 의지를 버리지 않는 북한을 돕기 위한 행동과 다름없다.

또 올 봄 출범한 한총련 지도부의 변신 선언이 위장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 준다. 합법화 운운하며 그동안 유화 자세를 취해온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단선적이며 현실을 몰랐는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실탄이 사용되는 사격장에서 장갑차를 점거한 것은 훈련 중인 미군과 시위자 자신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폭거다. 다행히 미군의 자제로 시위 학생들이 훈련장 밖으로 쫓겨났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겠는가.

여중생 사망 사건 후유증을 간신히 수습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하니 우리가 어떻게 미국에 안보를 부탁할 수 있겠는가. 한총련의 반미 시위로 한.미 관계가 악화돼서는 안 된다. 이념적으로 잘못 교육된 철부지들의 망동 때문에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에 정부 책임자가 정중한 유감 표시를 해야 할 것이다. 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주한미군의 훈련을 어떻게 경비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경비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다. 한총련이 소속한 여중생사망범대위의 사격장 인근 집회 신고를 정부가 허용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통일전략에 동조하는 강령을 고수하는 한총련의 데모를 정부가 방치한 이유가 무엇인가.

말단 경찰서에만 책임을 묻는 차원이 돼서는 안 된다. 치안 총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 셋째, 한총련 집행부의 개입 가능성이 크므로 모든 관련자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안보를 위협한 행동이므로 무슨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