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폴란드에서는 지난달 31일 근로자들의 대규모 집회가 한건 있었다. 그다니스크의 성마리아 성당에 1만5천명의 인파가 모인이 집회는 폴란드의 자유노조(솔리대리티) 탄생 7주년을 기념하는 미사였다.
외신에는 한줄의 동정도 소개되지 않았지만, 솔리대리티라면 불세출의 지도자「바웬사」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다.
새삼「바웬사」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가 이끈 자유노조와 오늘 우리네의 노사분규가 너무나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당시「바웬사」의 자유노조는 직강별로 파업을 준비하면서 10개항의「파업 규칙」을 마련했었다.
▲노동자들은 파업기간중 직장을 지킨다▲직장내의 질서를 보장한다▲파업중 일체의 음주를 금한다▲작업중단으로 기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거나, 공장의 재가동이 불가능할 우려가 있는 공장, 시설은 작업을 중단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노사분규는 직장의 기물을 부수고, 공로를 점거하고, 심지어는 공공건물에 난입, 방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언젠가 이탈리아의「팔라치」기자가「바웬사」에게 물었다.『당신은 조국과 역사 앞에 진 책임이 두렵지 않느냐』고―.
「바웬사」는 이렇게 대답했다.『우리는 지난 36년간 부당한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그러나 일조일석에 해결할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인내가 필요하다. 지혜도 필요하다.』
그는『스트라이크(파업)는 최후의 무기』라고 말한다. 스트라이크는 방어용이지 공격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나온 자서전『희망의 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나는 제도가 어떤것이든 진실과 정직에 바탕을 두지않은 사람과는 상종을 하지않는다. 진실, 그것은 인간이다』
그는 노동자들과의 합의를 가장 중요시하지만, 당국과 노동자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아무도 그를「어용」이라고 몰아 세우지 않는다.
「바웬사」가 받은 83년도 노벨평화상 수상 이유는 간단하다.『노동운동을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추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했을까. 우리의 요즘 상황에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