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인신매매 돕는 꼴" 美 국방부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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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워싱턴 AP=연합] 부대 주변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미군들을 보호하기 위해 순찰을 도는 미군 순찰팀이 업소들의 인신매매에 의한 성노예 행위를 미군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성노예 행위를 돕고 있는 셈이라고 미국 국방부 감찰감 보고서가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보스니아.코소보 등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부대 근처 유흥업소에서 인신매매에 의한 성노예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지를 조사했으며 이 중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유흥지역을 순찰하는 주한미군들은 딱부러지는 증거가 있어야 보고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때때로 술집 주인들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해 성노예 행위나 매춘 사례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찰자들이 술집들의 인신매매 혐의를 제대로 보고해야 지휘관들은 미군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는데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이번 조사는 미국 폭스TV의 자회사인 클리블랜드의 WJW 방송이 지난해 4월 한국에서 미군 헌병들이 한국의 술집과 매춘업소를 순찰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보도한뒤 촉발된 것이다. 보도에서 미군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유흥업소에 있는 여자들은 강요에 의해 매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에 자극받은 미국 하원의원 13명은 '미군들이 한국에서 저도 모르게 인신매매에 공헌하고 있는지' 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은 인신매매나 매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26개 업소를 출입금지 장소로 지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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