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反이민 정책에 급제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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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01면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은 3일(현지시간)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고 AP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연방법원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지 나흘 만이다.

시애틀 지법 “미 전역 잠정 중단” #항공사, 입국 거부자 탑승 허용 #백악관 “효력 정지 긴급 요청”

뉴욕주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과 캘리포니아주 LA 연방지방법원 등 일부 주 단위에서 한시적으로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미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결정은 처음이다.

워싱턴주는 주정부 차원으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며 워싱턴의 경제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미네소타주도 이에 동참했다.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워싱턴주가 현재 벌어지는 행정명령 반대 집회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이로 인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로바트 판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됐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각 항공사들에 미국 입국이 거부된 자들의 항공기 탑승을 허용하라는 지침이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원 결정 직후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통령 행정명령은 합법적이고 적절하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법무부가 법원 명령의 효력 정지를 긴급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등은 백악관 대변인 성명 초안에 “터무니없는(outrageous)” 법원 결정이란 표현이 있었지만 수정본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번 대통령 행정명령의 취지는 미국의 안전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미국인을 보호할 헌법상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테러 위험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 및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이후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에도 50건 이상의 관련 소송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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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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