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검찰총장 "요즘 참 힘겹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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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힘겹습니다. 일부에선 정몽헌 회장의 죽음이 검찰 수사 때문이라고 몰고 가는데 비자금 수사는 아직 첩첩산중이고…."

송광수(宋光洙.사진) 검찰총장이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수사와 관련, 6일 측근들에게 이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신의 '직할 부대'인 대검 중수부에서 세차례 조사를 받은 鄭회장의 자살 사건과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맞물려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저녁 한 방송에선 "검찰이 현대의 1백억원대 추가 비자금 단서를 포착한 뒤 鄭회장을 추궁해 자백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鄭회장이 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갔다. 宋총장이 직접 나서 보도 내용을 강력 부인했으나 일부에서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자 허탈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6일 아침 출근길에서도 기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현대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느냐"를 묻는 질문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원하는 답이 나오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안쓸텐데. 묻고 대답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8층 총장실로 올라갔다. 항상 여유를 잃지 않고 솔직하게 답변하는 평소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宋총장은 정치권에서 鄭회장의 자살과 관련, "검찰이 일낼 줄 알았다"는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일부 간부들에게 "우리를 어떻게 보고, 말이나 되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으론 "확증도 없는데 이렇게 의혹만 커지면 비자금 용처 규명의 열쇠를 쥔 김영완씨가 귀국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수사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이후 대검 기자실에 전화를 걸어 "아침에는 화가 좀 났다"며 "이번 수사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언론이 수사팀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언론은 검찰이 수사 내용을 숨기고 있다고 불만이고 정치권은 검찰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린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증거를 통해 입증된 사실을 해당 피의자를 사법처리하는 단계에서만 공개했지요."

대검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하면서 "鄭회장이 무슨 이유 때문에 자살했는지는 모르지만 鄭회장 조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변호인 접견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며 "검찰 수사 때문에 鄭회장이 자살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원배 기자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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