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원도 위헌소지 우려한 언론관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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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주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언론사의 고의.과실.위법성을 불문하고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최근 줄기세포 논란을 예로 들면서 "지나친 정정보도 강요는 전체적 진실을 덮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에 문제가 있음을 여러 번 지적해 온 우리는 사법부의 이 같은 판단을 존중하며, 전적으로 환영한다. 이 정권이 '개혁입법'이라며 밀어붙인 언론중재법은 애초부터 이른바 중조동 등 비판언론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법에 따르면 언론은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린 사안만 보도하든지,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정정보도와 반론에 할애해야 한다. 비리의혹 당사자들이 부인부터 하고 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야 어떻게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진실을 추적할 수 있겠는가.

여러 신문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신문법도 마찬가지다.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규제를 강화하거나, 경영자료를 신고.공개하라는 것은 비판신문 옥죄기에 다름 아니다. 독재국가 말고는 이런 법을 가진 나라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에 대한 근본적.치명적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마저 언론중재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헌재가 이 같은 언론 악법에 대해 법과 양심에 따라신속한 심판을 내려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