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숙려 기간 연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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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분별없이 하는 이혼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서울가정법원)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서울여성의전화 관계자)

서울가정법원이 협의이혼을 신청할 경우 현재 1주일인 숙려(熟慮)기간을 3월부터 3주로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숙려기간 제도는 이혼 신청 후 재고할 시간을 준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은 종로구.서초구 등 7개 구의 협의이혼 사건만을 다룬다. 따라서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과 비교할 때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혼 소송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의 합의로 이혼이 가능한 협의이혼의 경우 법원은 신청 당일 또는 다음날 이혼을 허가한다.

그러나 전국 법원 중에서 유일하게 서울가정법원만이 지난해 3월부터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면 곧바로 이혼을 허가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1주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3~12월 협의이혼 신청사건 중 신청을 취하한 비율은 17.2%. 2004의 9.99%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숙려기간 제도가 성급한 이혼을 줄이는 데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가정법원은 3월부터라도 전문가 상담을 받는 이혼 신청자들에게는 신청 1주일 후에 이혼을 허가하기로 했다.

배금자 변호사는 "숙려기간 연장은 빨리 이혼하고 싶어 하는 부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히 전국 법원이 아닌 서울가정법원만 실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배 변호사는 "협의이혼 신청자들에게 전문가 상담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혼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서울가정법원의 관할 주민들이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 다른 법원에 이혼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숙려기간 제도는 각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지난해 협의이혼 신청 뒤 3개월이 지나야 이혼을 허가토록 하는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을 대표 발의, 이 법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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