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몰래 결혼한 딸 불에 태워 죽인 친모에 사형선고

중앙일보

입력

 
파키스탄에서 가족의 허락 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딸을 불에 태운 친모에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했다.

16일(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파키스탄 법원은 딸 지나트 라피크(18)를 침대에 묶고 불태워 죽인 어머니 파르빈 비비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 어머니와 함께 여동생을 죽이는 것을 도운 오빠 아니스 라피크는 종신형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라피크는 지난해 6월 결혼을 반대하는 가족을 피해 애인과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살림을 차렸다. 그는 일주일 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 주겠다는 어머니의 거짓말에 속아 집을 방문했다가 살해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라피크는 죽기 전 목이 졸리는 등의 고문을 당했다. 이웃 주민들은 “비명 소리를 들었지만 가족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친모 비비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중 아들의 도움으로 딸을 살해했다고 인정하면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된 라피크의 남편 하산은 “학창 시절부터 아내를 사랑해 왔다”며 “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결혼승낙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이른바 ‘명예살인’(Honor killing)이 공공연히 벌어졌다. 결혼 이혼 등의 이유로 행해 졌으며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성이다.

2015년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으로 죽은 피해자는 총 1184명에 이른다. 그 중 남성은 단 88명이다.

파키스탄 독립인권위원회(Independent Human Rights Commission of Pakistan)에 따르면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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