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주장은 비폭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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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분규가 전국 모든 노동현장을 휩쓸면서 그 열기를 식힐줄 모르고 번져가고 있다. 대기업에서 타결 추세를 보이는가 했더니 중소기업에서 악화되기도 하고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어 안도했던 기업에서 분규의 불씨가 재연되는 예도 많다. 암울한 분쟁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더욱 어둡고 답답할 뿐이다.
그 가운데서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양상은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수만의 인파가 시가의 간선도로에 쏟아져 나와 시위행렬을 벌임으로써 교통이 몇시간씩 차단된다. 시위 근로자와 경찰들 사이에 투석전이 벌어져 시가지가 철시되다시피 되는 일도 있다.
역사와 철로를 점거하여 열차의 정기운행이 중단되기도 한다. 파출소등 공공건물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파괴하는가 하면 시민들의 발이라고 할 택시를 때려부수고 길거리에 엎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근로자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오랫동안 억눌려온 욕구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분출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에도 충분한 공감을 느낀다. 또 그들의 요구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느 정도의「행동」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시설을 파괴하거나 일반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질서를 혼란시키는 것까지 용납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철길을 폐쇄하여 교통이 마비되고 경제활동을 중단시켜 시민의 생업에 지장을 준다면 이는 바람직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근로자의 권익투쟁에 제3자인 일반 시민이 말려들 필요도 없고, 거기서 발생하는 폭력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당해야 할 이유는 더욱 없는 것이다.
노사분규를 동정과 이해의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일지라도 그 방법이 폭력적이고 더욱이 공공질서를 해치고 시민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그것까지 용납할 리는 만무하다. 도로와 철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민모두의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동기에서 취해진 행동일지라도 그것이 폭력과 질서파괴를 수단으로 한다면 지지나 동정을 받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돼 국가 전체의 질서유지가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면 더욱 불행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모처럼 번지고 있는 민주화의 기운이 과격한 노사분규를 빌미로 싹쓸이 당하는 불행은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근로자들의 권익은 마땅히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비폭력적이고 민주적이며 질서를 지키면서 행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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