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2시간 밤샘조사 끝에 귀가…"국민들에게 한 말씀" 질문엔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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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밤샘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7시 45분쯤 귀가했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지난 12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대치빌딩)로 이 부회장을 소환해 22시간동안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치빌딩 3층 주차장에 내린 이 부회장은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채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체어맨 차량으로 향했다. 시선은 바닥으로 고정됐다. 수행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느라 1분쯤 차에 타지 못하고 서 있는 중에도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의 피의자로 조사받았다. 꼬박 하루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특검팀은 그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코어스포츠(최순실씨 소유의 독일 현지 법인) 등에 수십억원을 지원한 것이 ‘삼성 합병’에 대한 보답이냐 하는가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삼성은 2015년 9~10월과 지난해 3월 최씨가 만든 코어스포츠와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모두 94억원을 지원했다. 특검팀은 이 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대가성 지원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지 4시간여만인 12일 오후 2시에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도 소환했다.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특검 발족 초기에 한차례 조사한 박 사장의 진술과 이 부회장의 진술이 서로 맞지 않아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사장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박 사장이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이러한 일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삼성의 대가성 지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삼성 내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특검팀의 조사는 마무리 단계를 밟았다.특검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63) 미래전략실 사장과 최지성(66)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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