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들에 동포애를|최연홍<미 워싱턴 DC대·연세대 객원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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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인들은 한국에 살든가, 외국에 살든가 한국인이다.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인이 미국의 영주권을 얻고, 시민권을 얻어도 한국어가 영어보다 편하고, 미국의「조지·워싱턴」보다 한국의 백범 김구를 더 사랑하고, 한국 안에서 살 때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한국인이다. 그러나 그들과 한국안에 사는 한국인간에 틈이 생기고 있는 것이 보인다.
80만명의 한국인이 미국에 살고 있다. 그들이 한국을 떠난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살기 위해서 떠난 사람, 재산을 도피해 떠난 사람, 나처럼 유학생으로 떠나 지금도 그런 유학생의 심정으로 사는 사람, 미국인과의 사랑때문에 떠난 사람…. 그들을 모두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으로 간주한다면 서러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잘먹고 잘사는지도 의문이다. 그들의 삶은 아픈 삶이다. 빈민가에서 조그만 식료품상을 경영하다 강도의 흉탄에 쓰러진 한국인들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한마디로 뿌리가 뽑혀진 나무가 갈 살수 있을까?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인종차별 속에서 정신병자가 되어사는 한국인 이민1세의 비애를 매일 목격하며 산다.
그들을 지탱해주는 것은 어머니의 나라다.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한국이라는 고향에 있다. 그들이 최저임금을 벌면서 고국의 부모·친지에게 매월 3백달러를 보낸다. 그런 이민들이 많다.
한국을 떠나서 더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을 외국인으로 보아 버린다면 오해도 상당히 큰 오해다. 그런 오해는 없어져야 한다.
이스라엘을 다시 나라로 서게 한 이들, 그리고 그 나라를 건강하게 서 있게 하는 힘이 밖에서 살고 있었던 유대인이었던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미국·일본·만주·소련·유럽에 흩어져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을 이롭게 하면 하지 해롭게 할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을 포용할 수 있는 동포애가 필요한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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