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가짜뉴스와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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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가짜 뉴스(fake news)와의 전쟁’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가짜 뉴스가 영향을 미친 사실이 밝혀지고,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가 러시아가 양산하는 가짜 뉴스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마구잡이로 생산되는 가짜 뉴스로 골머리를 앓게 되자 언론사와 디지털 플랫폼 등이 자정 작용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페북, 팩트체킹 AI 프로그램 도입
르몽드, 거짓 걸러내는 DB 추진

미국 미디어 전문매체인 디지데이에 따르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미 대선 당시 가짜 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개발과 포인터 인스티튜트의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짜 뉴스의 유통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용자들이 허위 기사로 의심되는 기사를 발견하고 신고하면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규약을 준수하는 AP통신과 ABC 뉴스 등 정통 언론기관과 팩트체크·스놉스·폴리티팩트 등의 도움을 받아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뉴스가 허위로 판정되면 ‘논란의 여지가 있음(disrupted)’ 태그를 달게 된다. 영국의 팩트체크 관련 자선단체인 풀팩트는 구글의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로부터 5만 유로(약 6300만원)을 지원받아 자동화된 팩트체크 앱을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이를테면 정치인이 발언하면 해당 스크립트를 분석하는 도중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이를 기자들에게 알려 기사 작성시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언론사 내부에 전담 조직도 신설된다. 프랑스 르몽드는 13명으로 구성된 팩트체크 팀을 꾸려 ‘거짓말 탐지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이용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기사가 의심쩍은 경우 거짓 정도에 따라 초록·노랑·빨강 깃발을 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워싱턴포스트도 자동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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