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다름 아니다’가 최선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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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근혜의 헌재 답변서는 국민들과의 전면전 선포에 다름 아니다.” 사이다 발언으로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난해 헌재에 제출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답변서 공개 직후다.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일이 일반화됐지만 때로 표현 방식이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며 촛불 민심을 거스르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해 횃불로 응답해야 한다는 그의 글은 명쾌하나 ‘~에 다름 아니다’와 같은 표현은 최선이 아니다. ‘~에 다름 아니다(~にほかならない)’는 일본어를 직역한 것이다. 우리말다운 표현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서술어로 ‘다름이다’를 쓰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다르다’고 해야 된다. 이를 부정하는 말도 ‘다르지 않다’이다. ‘다름 아니다’고 하는 것은 어색하다. ‘다르다’와 함께 사용하는 조사 역시 ‘에’가 아니라 ‘와/과’가 온다. ‘다름 아니다’ 대신 견줘 봐 같거나 비슷하다는 뜻의 형용사 ‘다름없다’로 표현해도 된다.

“국민들과의 전면전 선포에 다름 아니다”는 “~전면전 선포와 다를 바 없다” “~전면전 선포라고 할 만하다” “~전면전 선포와 다름없다” 등 우리말다운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관용적으로 ‘다름 아닌’ ‘다름(이) 아니라’ 등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서술어로 쓰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름 아니다’와는 성격이 같지 않다.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다른 까닭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로 뒤에 오는 핵심적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할 때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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