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필요하면 당사도 점령하고 시위라도 해야 돼”라며 청년당원에게 인적청산을 지지하는 시위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11일 제기됐다. 지난 9일 상임전국위원에서 면직된 이용원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같은 내용의 지난 1일 인 위원장과 통화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위원장이 녹취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인 위원장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의 뜻을 어른들이 다 따라주셔야 된다, 그래야 우리 당이 거듭날 수 있다. 안 그러면 우리 다 죽는다, 응. ‘그 분(인 비대위원장)이 무슨 욕심이 있냐. 당 쇄신을 위해 오신 분인데’ 그렇게 한 번 성명서를, 절절한 성명서를 하나 좀 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면 시위도 해야 돼. 당사도 점령하고. 청년들이 당을 위해서, 당개혁되어야 된다. 청년들이 기세, 기백이 있어야지, 응?"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별도로 당 청년위원들에게 문자로 입장문을 보내 “인 비대위원장이 청년들이 당사라도 점거하라는 등 인적청산을 위한 시위를 벌이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입장문에서 "지난 1일 명절 인사차 인 위원장에게 전화로 새해인사를 드렸을 때 저에게 청년들이 앞장서서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쇄신을 지지하도록 지시했다"며 "거기까지는 변화와 혁신에 동참하라는 순수한 의도로 생각하고, 다음날 즉시 당사에서 지지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가적으로 청년들이 쉽게 따를 수 없는 당사를 점거하라는 등 인적청산을 위한 시위를 벌이도록 지시를 주셨는데, 70년대 관제데모도 아니고, 몇날 몇일을 고민하다가 9일 상임전국위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을 지지했다. 하지만 9일 회의장에 참석하러 가던 중 청년들을 도구나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용하려는 이런 구태가 또 다른 적폐를 만들어내는데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인명진 비대위원장 측은 "이 전 위원장은 인 비대위원장 먼저 찾아와 지지의사를 밝힌 인물인데 이제와 이런는 행동을 하는 것은 배후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통화내용도 전체 취지는 '청년당원이 패기와 정의롭게 당 쇄신에 앞장서달라'는 당부인데 일부분을 부각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