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재규어 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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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27일 상오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를 빠져나가 과천일대의 주민을 공포속에 몰아넣었던 아메리카 표범 재규어가 탈출 35시간30분만인 28일 하오6시30분쯤 대공원 맹수사 뒤쪽 청계산계곡에서 포수 정규호씨(52·예식장경영·경기도수원시화서동305의2)에 의해 사살됐다.
사살된 재규어는 지난27일 상오7시쯤 집중호우로 맹수사 축대가 무너지며 부서진 철책사이로 탈출, 경찰과 군인·민간인 포수등 수색대의 추적을 받아왔다.
정씨는 28일 하오6시26분쯤 2백30m 높이의 청계산 8부 능선에서 직경 30㎝가량의 소나무 뒤에 재규어가 웅크린채 숨어있는 것을 발견, 7m앞까지 접근해가다 재규어가 자신을 덮치려고 뛰어오르는 순간 브로닝 2연발 엽총을 발사, 머리에 명중시켰다.
땅에 나뒹군 재규어가 꿈틀거리자 정씨와 함께 있던 포수 박인규씨(47·경기도수원시남창동100의1)가 제2탄을 오른쪽 가슴에 쏘아 완전히 사살했다.
재규어는 탈출 10시간만인 27일 하오5시쯤 과천동 김순달씨 농장에 잠입, 집토끼 2마리를 잡아먹은데 이어 28일 하오2시40분쯤 대공원맹수사 뒤편 3부초소에서 수색중이던 대공원 진료과 직원 김인석씨(44)를 습격하려다 뒤쫓아온 포수 최장일씨(50)의 2년생 사냥개 쿤하운드 2마리를 물어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었다.
재규어는 맹수사 뒤쪽 칡덩굴 밑에서 최씨에게 발견돼 달아나다 김씨와 마주치자 20m거리에서 김씨를 습격하려 했으나 최씨의 사냥개 2마리가 뒤쫓아오자 그중 한마리의 목을 잽싸게 물며 앞발로 다른 한마리의 엉덩이를 후려쳤다는 것.
이때 김씨가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마취총 총신으로 재규어의 머리를 10여 차례 내려치자 비틀거리며 산속으로 달아났었다.
재규어를 사살한 정씨는 『사람을 해친다고 해서 사살하긴 했지만 귀한 동물을 죽이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사냥경력 15년에 맹수사냥은 처음이었으나 흔들림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했다.
이날 재규어의 합동수색에는 경찰7백35명, 저격병60여명등 군인71명, 민간인 포수7명과 군견5마리, 사냥개 10마리가 동원됐다.
사살된 재규어는 10년전 창경원에서 태어나 85년5월 서울대공원이 개장되면서 이사온 10년생 암컷으로 시가는 2백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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