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려 휴일도 포기한 프랑스…백화점들 111년 만에 일요일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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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대형 백화점들이 111년 만에 본격적으로 일요일 영업을 시작한다.

명품시장 큰손 아시아인 잡으려
봉급 인상, 보육비 지원 노사합의

프랑스는 노동자의 휴식권과 종교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1906년 이래 법으로 휴일 영업을 금지해 오다 2015년 상점의 일요일 영업 규제 완화법이 통과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8일(일요일) 파리 오스만가(街)의 갤러리라파예트백화점이 문을 열었으며, 또 다른 대형 백화점인 봉마르셰와 프랭탕 백화점도 오는 3~4월 일요일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 갤러리라파예트 한 곳에서만 일요일 영업으로 1000개의 새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9일 보도했다.

그동안에도 프랑스에서 식당이나 박물관, 자영업자들은 일요일 영업금지 예외로 분류됐고, 백화점도 1년에 몇 차례는 일요일에 문을 열었다. 다만 ‘남들이 쉴 때 쉬어야 진정한 휴식이다’라는 주장이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일요일 영업은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2015년 청년 실업률이 25.7%까지 치솟자 집권 여당인 사회당 정부는 그해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국제관광지구 내에서는 일요일에 영업할 수 있도록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했다.

백화점 업계는 ‘명품의 큰손인 아시아 관광객을 잡으려면 일요일 영업이 꼭 필요하다’며 반겼지만 노조 측은 ‘봉급을 두 배로 줘도 (휴일은 쉰다는) 원칙이 중요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업체별로 노사가 1년에 걸쳐 봉급 인상과 교통비·보육비 지원 등을 협상한 끝에 올해부터 일요일 영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노사협상을 일찍 마무리하고 2015년부터 일요일 영업에 들어간 베아슈베(BHV) 백화점은 “일요일 영업을 하고 난 이후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며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주중 쇼핑할 시간이 부족한 파리 등 수도권 시민도 일요일에 백화점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르몽드 등 현지 언론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연쇄 테러로 파리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일요일 영업이 관광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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