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변호인 사이에 두고 안종범 정호성 노려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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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들 세 사람이 한 자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최순실(61)씨가 재판장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을 노려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 ‘최순실 게이트’ 핵심 3인방은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나란히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16개 대기업에서 강제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으로 기소된 최씨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안종범·정호성에 이어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흰색 계통의 밝은색 수의를 입고 뒤로 묶은 머리에 검은 뿔테안경 차림으로 고개를 숙인 채 교도관의 손에 이끌려 피고인석에 앉았다.

[사진 공동취재단]

[사진 공동취재단]

오후 2시 10분쯤 판사가 취재진을 향해 “이제 법정에 있는 촬영기자들은 재판 진행을 위해서 퇴정해주시기 바랍니다”며 퇴정을 명령하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최씨가 고개를 들었다.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직업을 묻자 최씨는 “임대업”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어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게 맞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추가로 진술할 기회를 주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딸(정유라)이 덴마크에 구금돼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며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의 이같은 말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안 전 수석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게 맞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한 뒤 추가로 하고싶은 말에 대해 “앞으로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최씨는 이 변호사와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적극적인 태도로 재판에 임했다. 검찰 측이 자신의 공소사실 설명을 듣던 중 최씨가 입을 가린 채 말하자 이경재 변호사가 손사래를 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역시 허리를 펴고 검사와 변호인의 말을 경청하며 재판에 임했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재판부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또렷이 대답하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최 씨는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아있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노려봤다.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두 사람에 대한 노여움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법정을 빠져나가느라 최 씨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인사와 일부 직원들의 임금까지 챙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과 임원들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을 적어준 후 이들에게 연락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월급을 올려줄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배재성 기자 hondg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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