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도「불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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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권의 김영삼민주당총재와 김대중민추협공동의장이 정치일정을 둘러싸고 걸음걸이가 완급으로 엇갈려 주춤거리고 있다.
두사람은 김의장의 입당시기등 내부문제에서부터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시기·지자체실시일정등에 대해 이견을 표면화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대목들은 양자의 대통령후보 조정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어 쉽사리 조정될것 같지도 않은 낌새다.
모든 문제에 있어 김총재측은 『빨리 빨리 매듭짓자』며 채근하고 있으나 김의장측은 『서두를게 없다』며 가급적 늦춰잡는 모습이다. 두사람의 이런 입장 차이는 우선 국회의원선거시기에서 나타나 연내 실시(상도), 새정부출범후 실시(동교)로 대립을 보이고 지난15일 의원총회에서는 양파간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6일 아침 이견조정을 1차 시도한 외교구락부 회동에서 두사람은 정치일정 조정에 실패했고 결국 민주당은 당개헌안중 정치일정을 명시하는 부칙조항을 빈칸으로 남겨둔채 나머지 부분만 하오에 열린 정무회의에서 잠정결정했다.
정치일정에 대한 두김씨의 이견은 그것이 후보조정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측은 후보문제를 빨리 결판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동교동계 의원모임인 민권회가 17일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아직도 불출마선언에 묶여있는 김의장이 본격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당대당의 개헌협상을 정국의 큰 흐름으로 끌고가면 당권을 장악한 김총재 중심의 정국운영이 가능해지고, 그 과정에서 후보문제도 결론을 내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선거의 연내실시는 바로 빨리빨리하자는 의도의 표출로 해석되는 것이다.
즉 국회의원선거를 1월중순전에 실시한다면 대통령선거는 늦어도 7월말, 8월초에는 끝내야 하고 대통령후보는 9월말까지 뽑아야 한다.
상도동측은 이런 전략에 따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면서 새 헌법이 확정되면 대통령선거뿐 아니라 곧바로 국회를 해산, 새 국회를 구성하고 새 국회에서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도동측은 또 연내 총선의 이유로 △민주화를 선거로 빨리 고정화시켜야 하며 △동토선거를 피하고 △대통령선거 분위기를 곧바로 국회의원선거와 연결시켜야 하며 △정권 인수에 적어도 3개월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대해 동교동측은 대체로 △대통령선거는 10월말 또는 12월초 △국회의원선거는 새정부 출범 한달뒤 △지자제는 1년뒤로 넉넉한 시간표를 내놓고 있다.
김의장측은 대통령선거시기가 너무 빠르면 현 대통령임기와의 갭이 길어져 자칫 엉뚱한 일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국회의원선거는 연내실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있다.
김의장은 10·5불출마선언이란 족쇄까지 차고있는만큼 『당신이 나와야한다』고 누군가가열쇠를 풀어주어야만 될 입장이다. 그 해결사를 일단 「국민의 희망으로 설정해놓고 그 「힘」을 만들기 위한 「바람」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의장측은 상도동측이 원하듯 민주당에 빨리 입당해 「민주당후보 조정」이란 압력에 밀리기보다 범야 또는 범국민적 추대를 모색하면서 당외작전을 펴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두김씨가 정치일정에 이견을 보이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김의장의 입당시기에 대해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것이다.
김총재측은 사면·복권직후부터 『김의장을 상임고문으로 추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김의장을 재촉했다.
이에대해 김의장은 금방 수락할것 같은 태도를 보이면서도 『광주를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미뤄놓고 있다.
16일 회동이 끝난후 김총재는 『김의장이 광주를 다녀와 이달 안에는 입당하겠다고 나와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김의장은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면서도 『장마때문에 광주항이 이달 중에 이뤄질지 모르겠군』이라고 딴전을 피웠다.
그러나 김총재와 함께 민주당창당의 실질적 주역으로서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때문에 김의장으로선 『입당원칙』만 되풀이하며 가능한한 그시기를 늦추려할것으로 보인다.
각자 자신이 후보가 되는데 유리한 정치환경과 분위기 조성및 지지기반 확대등에서부터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있다는 풀이다.
두사람간의 이견조정은 일단 김의장의 광주항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그러나 광주항 이후에도 두사람간에 후보조정이 쉽사리 이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아울러 여타 정치일정에 대한 간격 역시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여야협상이 시작된다해도 조기타결은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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