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한 일본, 주한대사 등 귀국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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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돼 있던 위안부 소녀상.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돼 있던 위안부 소녀상.

일본 정부가 6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하며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을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에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강하게 요구했지만 현 시점에서 사태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재작년 한·일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빈 협약에 규정한 영사 기관의 위엄을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도 했다.

일본은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 일시 귀국 이외에도 추가적인 대항 조치를 내놓았다. 긴급 시 양국이 통화를 융통하기 위해 진행 중이던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도 결정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직원들에게는 부산시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는 소녀상을 조기에 철거하도록 계속 한국 정부 및 관계 자치단체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한국 측은 소녀상 문제를 포함한 한·일 합의를 착실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항 조치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웃국가로서 매우 중요한 나라다. 이번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매우 유감이지만 서로 나라와 나라가 약속한 것을 이행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부산 소녀상과 관련해 "한·일 정부간 합의를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한·일 정부가 책임을 갖고 시행해 나가는 것이 계속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기자들에게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에 대해 "신뢰 관계를 확실히 만든 뒤에 (협의 재개를) 하지 않으면 (통화스와프 협정은) 안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스와프 협상은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양측간 금액 면에서 입장차가 있어서 시간을 갖고 협상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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