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재정난에 빠진 지방자치단체에 파산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현재 민간 기업에만 적용되는 파산법의 적용 범위를 지자체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적자를 내 파산법 적용 대상으로 지정되면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자체장 등 집행부에 경영책임을 묻게 된다. 이어 중앙정부가 파견한 제3자가 해당 지자체의 자산 매각과 빚 상환 등을 관리하게 된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총무상의 자문기구인 '지방분권 21세기 비전간담회'는 이 같은 내용의 지자체 재정 기반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일 정부는 모든 지자체에 대차대조표를 작성토록 해 부채총액과 자산가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지자체의 재정상태를 감시하게 한다는 것이다. 파산 시 구체적인 책임 추궁 방식과 재정 재건 방안 등은 추후 검토된다. 파산법 적용 전에 '조기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조기 경보제의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일 정부가 검토하는 지자체 파산법은 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미 연방파산법은 지자체가 재정난에 빠질 경우 주민 서비스가 나빠져도 세출을 삭감한다는 조건으로 채무상환 연기, 채무 면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법에 따라 1994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파산한 전례가 있다.
일 정부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방재정 때문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일단 돈을 빌려 쓰고 보는 체질이 개선되지 않아 2004년 말 현재 지방정부의 빚은 모두 204조 엔(약 1760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 정부는 세원(稅源)을 지방에 과감하게 이양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주되, 다른 한편으로 재정 운용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추궁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그러나 일본 지자체들은 "파산법 적용은 지방자치 제도에 대한 도전"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이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