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도권에 못 지은 공장 해외로 나간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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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사정위원회가 수도권 규제 정책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겨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시킬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의 신.증설 억제 등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는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기보다 해외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해 행정도시 건설과 함께 첨단업종에 대한 공장 신.증설의 한시적 허용 등 일부 수도권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공장 총량 규제 등 수도권 규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해 실질적 완화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한편 기업.혁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수도권이 아니면 오히려 해외로 나가는 것이 경쟁력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장 신.증설을 시도하다 실패한 기업의 경우 첨단업종(69.2%)과 비첨단업종(50.0%) 모두 수도권 규제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에서는 또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를 완화하면 총 20만2000여 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당에 일자리를 수도권에 만들 것이냐 지방에 만들 것이냐를 놓고 따지다가는 아예 해외로 뺏겨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국가 간 경쟁보다 지역 간, 도시 간 경쟁이 중심이 되면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대도시 집중 억제 정책을 이미 오래전에 완화하거나 포기했다. 런던으로의 집중 억제를 위해 업무용 건물 신축허가제, 공장 건축허가제 등을 실시했던 영국의 경우 각종 억제 정책을 1981년 폐지했다. 또 파리로의 집중을 막기 위해 공장 및 사무실 건축허가제와 부담금 부과 등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던 프랑스도 80년대 후반 유럽 통합을 앞두고 건축 규제와 부담금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과 같은 경쟁 후보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40년간 지속된 수도권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이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