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행복한 나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12호 31면

한국은 새해가 되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대선, 특검의 사건 수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2016년과의 연속성에서 볼 수밖에 없다. 개운한 기분이 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여성이 살아가는 어려움을 새삼 느끼게 됐다. 나 같은 워킹맘에게는 한국이 일본보다 살기 편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남성중심사회가 많겠지만 특히 일본은 더 보수적이다. 2016년 10월 내각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편은 밖에서 일하고 아내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이 40%이고 반대는 54%로 팽팽하다. “아이가 생기면 직업을 그만두고 커서 다시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라는 대답도 26%다. 최근 결혼 준비 중인 30대 남성이 “한국에서 전문직을 가진 여성을 선호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이대로 한국에서 살고 싶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나 다른 여권 여성 정치인들이 ‘여성’이라는 틀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 한 40대 남성은 “역시 여성은 화장과 머리다듬기에 시간이 걸린다, 남성이 일을 더 잘한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당분간 여성 리더들은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바라는 것은 누구인가. 나는 성형한 적도 없고 가끔 화장 안 하고 밖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그것은 외국인으로서 잠시 체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평생 한국에서 살려면 쌍꺼풀 수술을 받거나 피부과에 다니거나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얼굴에 깊은 상처를 입은 박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어 방송에서 크게 나오는 것에 얼마나 부담감을 갖고 있었을까. 세월호 사건은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본질은 계속 관저에만 있다가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피부 관리를 해온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중시사회’라는 현실을 무시한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촛불집회에 나온 대학 4학년 여학생은 “여성 혐오가 확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 차기 대선 후보자들은 거의 모두 남성이다. ‘공정한 나라’도 중요하고 ‘경제 민주화’도 좋지만 여자들이 여성으로 태어나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 신문 서울특파원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