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집권자의 신념·결의중요|「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 수용」(서강대 동아연 국제 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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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에서의 민주주의수용에 대한 논의가 학자들 사이에 활발하다. 서강대 동아연구소(소장 이상우)가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 수용」을 주제로 25∼27일 한국국제문화협희와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학자들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수용에 대한 역사적 맥락과 오늘의 갈등을 집중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길씨(서울대 명예교수)는『우리의 당면과제가 민주사회 건설이라면 이 목표에 맞게 우리 의식구조와 사고방식을 개조해야 한다』며『이런 자기교육을 제대로 이뤄내려면 정권을 장악한 사람들의 민주국가 건설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결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역사와 전통이 오랜 한국인의 의식세계는 그 내용이 풍부하고 그 가능성이 무한한 장점을 품고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만갑씨(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민주적인 역량은 점차 빠른 속도로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이때 서구민주주의 모델은 참고 이상의 가치를 갖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개인에 치중하는 서구개인주의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켜 집단유대와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가치관을 함양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민주주의와 같이 모든 인간이 가장 깊은 관심을 갖고 추구하는 권력·재물의 분배와 관련된 문제는 수용하는 측의 역사체험을 토대로한 의식구조에 부합해야 수용될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수용자의 의식구조간 쌍방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대숙씨(미국하와이대교수)는『민족주의를 토대로 삼지않은 민주주의는성공한 예가 없다』면서 『우리의 경우 나라가 양분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란 외래사상으로 민족주의를 호소하려니 문제가 더 복잡한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족주의에 입각했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다만 민주주의 제도를 세우고 그 제도하에서 우리 민족에게 유익한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하고 따라서 『지도자는 먼저 우리 민족의 지도이념이 무엇인지를 명백하게 내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이어 『해방후 40여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면 한국에서 집권세력에 의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과 북한에서 국민을 묶어 놓은 것 외에는 우리 민족을 위해 민족주의 사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하고 민족주의에 입각하지 않은 사상은 해로운 사상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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