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단배 타고 49일 만에 지구 한 바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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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전5기 끝에 돛 항해 세계기록(49일 3시간7분38초)을 세운 프랑스의 항해가 코빌. [사진 요트 온라인]

4전5기 끝에 돛 항해 세계기록(49일 3시간7분38초)을 세운 프랑스의 항해가 코빌. [사진 요트 온라인]

“10년 동안 목표를 향해 노력해 왔다. 이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프랑스인 코빌 단독 항해 세계기록
“한 번도 3시간 연속 잠 못자 고통”

26일 프랑스 서북부 브레스트 항에 입항한 프랑스인 토마 코빌(48)의 말이다. 그는 돛에 의지한 채 세계를 일주했다. 그것도 홀로였다. 49일 3시간7분38초였다. 2008년 같은 프랑스인인 프란시스 주아용이 2008년 세운 단독 항해 세계기록인 57일 13시간을 무려 8일이나 단축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오랫동안 준비했다. 4차례 세계기록 경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었다. 배가 손상됐다. 좋은 기록이긴 했으나 세계 신기록은 아니었다. 다섯 번째인 이번엔 그는 31m 길이, 너비 21m인 3동선(선체 3개가 평행하게 붙은 범선)을 탔고 평균 시속 24.1노트(시속 44.6㎞)로 항해했다. 모두 5만2000여 ㎞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10m의 파도가 출렁이는 인도양을 지날 땐 몸이 거의 바닷물에 잠기다시피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날씨가 좋은 편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건 단동선과 달리 다동선은 자칫 실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등산을 하면서 안전 장치 없이 나서는 것과 유사했다”며 “잘못 잡으면 떨어질 테고 그러면 끝난 거였다. 그런 압박감을 통제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피로와 함께 육체가 이제 한계에 달했고 수면부족도 정말 심각하다”고 했다. 한 번에 연속으로 3시간 이상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일 하고 싶은 건 잠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희열 또한 얘기했다. “공기와 물 경계에 있는 기분이었다. 배가 거의 나는 듯했다”며 “항해를 하며 평생 쫓아온 마법과 같은 순간을 만났다”고 했다.

그의 기록은 단독 항해 신기록일 뿐만 아니라 전체 돛단배 일주를 통틀어도 3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 1·2위는 선원들이 각각 10명, 14명이 탑승했었다.

그는 이날 그의 입항을 지켜보던 이들에게 “이제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말도 했다. 그리곤 “여러분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건 49일이란 기록 자체가 아니라 여기에 이르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했던 여정이다. 노력했고 감히 도전했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뤄냈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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