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대북 제재, 중국은 응답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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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 면

북한은 지난 6일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조차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핵실험이 진행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박근혜 정부는 물론 미국·중국·일본 등 관련국들과 유엔은 이전의 세 차례 북한 핵실험 때와 같이 허둥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실질적 첫 대응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였다. 김정은 정권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북핵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란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북의 도발을 응징하거나 문제를 풀 결정적인 수단을 기대하기 난망한 상황이다.


결국 답은 명확해 보인다.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북한의 ‘핵 도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중국이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에도 구두경고 정도에 그치고 지나쳐버린다면 중국이 기대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멀어져 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북 핵실험으로 인해 국내에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우리도 자위 차원의 핵 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국의 ‘핵 도미노’가 현실화된다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북한은 원유 수입의 9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평양에 송유관을 잠그겠다고 통보한다면 북한이 두 손을 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원한다면 단호할 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국이 대북 제재 공조에 나서는 건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도 적지 않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북한산 석탄·철광석 등 광물자원 수입 제한을 통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동시에 대북한 무시 내지는 외면 전략을 펴고 있는 미국을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국제정치적으로 북한을 다양하게 활용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지 않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과 전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소극적 태도가 북한의 습관적 도발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중국이 궤도 수정을 통해 북핵 공조에 나서길 바라는 이유다. 그렇게 했을 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와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한·중 양국은 ‘핵 도발’ 이틀이 지난 8일에야 외교 수장 간 전화 대화가 진행됐다. 아직 정상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상호 신뢰와 공동 번영 추구를 위한 보조를 맞춰 왔다.


박 대통령은 미국·보수층 일각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다져온 한·중 간 신뢰 관계가 이번 북핵 사태로 어그러진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중 양국은 ‘찰떡 공조’를 통해 북핵 제재 국면에서 주도권을 이어가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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