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반목 끝내고 ‘한·중 FTA’ 30일 비준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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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호 2 면

전직 관료와 대학교수 등 1000명이 지난 27일 ‘미증유의 경제 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 경제는 반도체·선박·철강 등 주력 산업의 노쇠화로 수출이 줄고 부실기업이 급증하는 등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신성장동력 확보와 고용 증대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식인 선언의 내용대로 한국 경제는 지금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총 매출은 2231조원으로 2013년의 2257조원보다 26조원(1.2%)이 줄었다. 2006년 이후 8년 만의 첫 감소다. 올 들어서는 수출 부진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434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15.8% 감소했다. 월별 수출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췄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정부와 한국은행만 3%대 성장을 예측했을 뿐 민간 경제연구소는 2.7%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외부의 먹구름은 짙기만 하다. 내부적으로도 저출산·고령화와 1166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당장 급한 건 국회의 한·중 FTA 비준이다. 올해 안에 발효돼야 관세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한시가 급하다. 한·중 FTA는 발효 즉시 1년차 관세를 인하하고 이듬해 1월 1일에 2년차 관세를 내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국회 비준 후 각종 행정절차를 단축해도 최종 발효까지는 한 달이 필요하다. 정부가 30일이 국회 비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는 연내 발효되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 내는 연간 54억4000만 달러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일단 합의는 했지만 한·중 FTA 비준안이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비준안을 볼모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국고 지원,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26개 조건을 내걸었다. 도대체 이 법안들이 FTA 비준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국가 경제는 생각 않고 오로지 당리에만 몰두하는 후진적 구태만 되풀이한다.


 여당도 책임이 크다. 지난 6월 1일 양국 정부의 협정문 서명 이후 여섯 달 동안 대체 무얼 했는가. 야당과 대화하고 화합하려는 진정성은 볼 수 없고 불협화음만 내며 시간을 허비했다. 특히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으로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이 더 심해져 국력만 낭비했을 뿐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반목의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숭고한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부터 생각해 보라. 30일은 여야가 국익과 국가 경제를 위해 한마음이 되는 화합의 날이 돼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기대를 저버린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하고도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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