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김기춘을 '늙은 너구리'라고 경계하면서도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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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60ㆍ구속)씨가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늙은 너구리’라며 경계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김 전 실장에 대한 최씨의 구체적인 언급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라고 26일 보도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업들에게 기금 모금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이 재단 박 과장은 한국일보를 통해 ”최씨의 아성은 김 전 실장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며 “최씨는 박 대통령과 한 몸이나 다름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전 실장이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고 해도, 최씨에게 비할 바는 못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월 K스포츠재단에 입사한 박 과장은 최씨의 각종 지시를 받으며 재단 실무를 수행해왔다.

김 전 실장은 7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을 땐 “최순실은 언론을 통해서만 알게 됐을 뿐 전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최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박 과장은 인터뷰에서 “최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김 전 실장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필요할 땐 김 전 실장을 이용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씨가 김 전 실장과 직접 연락하거나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김 전 실장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박 과장의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은 최씨의 존재에 대해 나름 눈치를 챘고, 최씨가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들어줬다고 보는 게 맞다”며 “김 전 실장 입장에선 최씨를 건드려선 안 되는 인물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김 전 실장과 최씨는 서로를 견제 또는 의식했기에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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