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정환씨 소설가로 재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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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인 김정환씨가 소설을 써서 화제다. 그것도 원고지 1만장의 소설중 그 첫마디인 5백장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다.
『시만으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수 없어 쓰게 됐습니다. 머리속에서 웅웅거리는 생각들을 밖으로 해방시킨 것 뿐입니다』
『문예중앙』여름호에 실린 김씨의 첫 소설 『세상속으로·1』에는 그의 말대로 하고 싶은 말들이 거침 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72년 10월유신 전후를 배경으로 서울대문리대 학생들을 등장시킨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들이 사회와 역사에 눈떠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허위투성이의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당시의 시대상을 극명하게 폭로하고 있다.
『처음부터 형식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쓰다보니 소설 비슷한게 된거죠. 72년부터 82년까지 10년간의 민주화운동을 원고지 1만장정도로 기록할 작정입니다』지난해 11월의 민통련건으로 4개월간의 수감생활을 하면서 집필을 결심했다는 그는 온갖 사회현실에 대한 당위적 명제에 입각, 2년내 연작형태로 집필을 계속해 1만장을 써낸 뒤 전5권의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시인이 소설을 쓴 것은 그리 놀랄만한 「사건」이 아니지만 김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지난80년 여름계간지 『창작과 비평』마지막호를 통해 문단에 나온 그는 80년대 민중문학의 선두주자로 7년동안 무려 9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한편 제3세계 시번역, 활발한 평논활동, 마당극등 운동현장과 시의 접맥운동등을 통해 다양안 문화장르들을 「독립적으로 통합」해 왔다.
그의 구상대로라띤 70년대 학생·노동자·농민등의 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방대하게, 사실적으로 다루는 소설은 『세상속으로』가 처음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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