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의 자연묘사 잘못많다|교과서 연구가 미승우씨 외국뜻·틀린말사용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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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 시가운데는 잘못된 자연묘사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의 나라정서를 빌어 엉뚱하게 표현했거나 잘못 알고 쓴 낱말이 뜻밖에 많으며 시인의 유명도에 눌려 사실과 다르게 평가되는 시도 적지 않다는 것.
교과서연구가인 미승우씨가 최근 『샘이 깊은 물』지에 발표한 글 「한국시인들의 무식한 자연묘사」에 따르면 그 좋은 예가 김소월의 『초온』.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는 『촌혼』은 당시 집에서도 사슴을 기르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소월의 고향과는 거리가 먼 함경도 고산지대에만 사슴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노루울음을 사슴의 것인양 일본풍으로 미화한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녁때 울면 자신을 잡아 먹으라는 신호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슴은 아침에 운다는 사실을 모르고 쓴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은상의 『산백합』에 나오는 「높은 산 언덕머리 산백합 피었구나」도 틀린 표기. 백합은 원예용으로 개량된 흰꽃이고 산에 피는 비슷한 모양의 꽃은 주황색 빛깔의 나리꽃 일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가하면 소재순의 『들국화』는 늪이나 호수에 서식하는 갈대를 「갈대숲 소슬바람 짙어가는/…/호젓한 오솔길에」와 같이 산길의 억새와 혼동하고 있고, 구자운은『매』에서 「꾀꼬리 깃들여 우는 매꽃」이라고 말해 4월이면 다 지고마는 매화꽃 위에 5월이 지난후에야 나타나는 꾀꼬리를 앉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관식은『지치장에게』에서 「동구밖엔 두루미 흰 똥 깔긴 적갈의 늙은 솔이」라고 표현, 갯벌에만 살 뿐 소나무에는 앉지 않는 두루미를 천연덕스럽게 상상하고 있는데 이는 황새를 두루미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동엽의『풍경』은 「노오란 무우꽃 핀 지리산마을」이란 귀절에서 연보라빛 무우꽃과 노란빛 배추꽃을 혼동, 농촌시인이란 평가를 무색케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지적들을 열거한 뒤 미씨는 『시인이 자기나름의 시어를 창조했다 하더라도 남들이 공감할 수 없으면 그것은 죽은 언어』라고 전제, 『말을 창작할 수 있는 특권은 시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시어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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