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TV 안방극장 총아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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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청의 오지」로 버려져 왔던 KBS 제3TV가 지난 3월1일부터 일반 채널인 VHF채널로 바뀐 후『세계명작감상」『일요다큐멘터리』 『신용하교수와 함께』『저자와의 대화』등의 프로그램이 점차 빛을 보고 있다.
31일 KBS 제3TV가 방영한 『저자와의 대화』는 작가 이동하씨를 초대, 그가 최근에 낸 작품집 『폭력연구』를 놓고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쉽고 간결하게 드러냈는데 최근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폭력」의 진상과 관련, 인간에게「폭력」이란 어떤 의미를 주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곰곰히 되씹게 해줌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폭력이 부재했던 시대는 없었지만 특히 우리시대의 특징이 폭력이 아니겠느냐』고 전제, 『개인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체험할 수 있는 폭력의 양상을 단편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설명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우선 선명한 주제와 함께 현학적인 분위기로떨어뜨리지 않은 진지한 진행이 돋보였다.
특히 저자 이동하씨는 『물위에 쓰는 역사』라는 단편의 제목이 『역사가 물처럼 흐른다는 의미외에 어떤 뜻이 내포되어 있는가』라는 독자들의 질문에 『젊은 시절 권력의 그늘에서 무수한 폭력을 자행했던 한 인물의 늙고 추한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그의 내부에 본질적인 악이 있었다기보다 그 역시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휘말린 꼭둑각시에 불과했다는 연민을 통해 결국인간의 증오란 물위에 쓰여진 문자처럼 흘러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친절하게 풀이하는 등 일반시청자들로 하여금 물리적 폭력뒤에서 우리삶의 근원에 닿아 있는 비가시적폭력을 생각케 해 주었다.
비슷한 시간에 프로야구가 나가고 있는 다른 채널들 속에서도 『저자와의 대화』같은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제3TV의 교양기능이 더욱 눈에 띄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좋은 프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아직까지 UHF채널을 사용하고 있는 수도권 일부지역외의 시청자들을 위해서 제3TV의 VHF화를 조속히 전국적으로 확대해야할 것 같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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