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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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참언론이야말로 정의와 평화를 증진시키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합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기쁜소식」이며 민주화의 요체입니다』
범양사건과 박종철군 고문경관 조작사건으로 얼룩졌던 5월 마지막 일요일인 31일낮 12시 서울명동성당.
『시대의 고난 속에서도 참언론인상을 구현하신 세분께 자유언론을 소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2천여 신도가 참석한 미사에서 김수환추기경이 제1회 「가톨릭자유언론상」시상을 한다.
수상자는 「보도지킴」과 관련, 구속기소돼 재판에 계류중인 민언협사무국장 김태홍씨(45), 민언협실행위원 신홍범씨(46), 한국일보기자 김주언씨(33). 옥중의 남편을 대신해 나온 부인들이 추기경으로부터 상패를 받았다.
『이분들이야말로 이 시대 이 나라 민주화의 요체인 언론자유를 위해 몸을 바쳐 일해 온 분들입니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하고 옥중에 있는 이분들과 지금도 고난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읍니다.』
추기경의 강론은 이어진다.
『진리와 진실을 말해야하는 것은 언론인들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올바름을 가르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우리 교회인 모두 져야 할 책임입니다. 참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를 쓰다 지금은 옥중에 있는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할 것입니다.』
구속자를 위한 기도를 끝으로 「주인없는 수상식」은 끝났다.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수감된 전직 언론인들에게 주어진「자유언론상」-. 우리사회에서「법」과 「언론」의 모습을 다시 생각했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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