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나라가 힘든 상황…좋은 성적으로 힘 드리고 싶다"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른 박태환(27·인천시청)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우리나라가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걸 안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서 힘을 드릴 수 있다면 영광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7·인천시청)이 다사다난했던 2016시즌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 전 종목에서 탈락했던 박태환은 이번엔 금메달 7개를 들고 왔다. 박태환은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리우 올림픽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왔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선수권과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올해를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박태환은 올해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빠르게 솟구치는 등 여러가지 일이 많았다. 지난 2014년 9월 금지약물 사용으로 인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을 받은 박태환은 지난 3월 복귀했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마음 고생을 했다.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간 끝에 박태환은 리우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제대로 훈련을 못한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박태환은 "여러 안 좋은 일로 인해 부담이 컸다. 훈련은 열심히 했지만 아무래도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마음과 몸이 전부 무거웠다"고 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자유형 400m 은메달 등을 획득하며 항상 최고의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부진한 성적이 마음을 다잡게 된 결과가 됐다. 그는 호주로 건너가 훈련에 매진했다. 훈련 여건은 예전같지 않았다. 비용이 넉넉하지 않아 트레이너와 박태환만 호주에 가야했다. 박태환은 매니저 없이 혼자 훈련 스케줄을 짰다. 박태환은 "그동안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는지 알았다"고 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박태환은 올림픽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100m·200m·400m·1500m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지난 7일 캐나다 윈저에서 열린 제13회 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200m·400m·1500m에서 우승했다. 올림픽 이후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박태환이 목에 건 금메달은 무려 7개다. 박태환은 "올림픽 이후 심적인 부담이 사라졌다.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커졌다. 앞으로 수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은 최근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관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박태환에게 '올림픽에 출전하지 마라'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꺼린 박태환은 "현재 우리나라가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걸 안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내서 힘을 드릴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했다.

이제 힘들었던 2016년은 끝났다. 박태환은 "수영을 하면서 훈련하느라 놀이공원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본 적은 없지만 올해는 정말 오르락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이 감사하는 한 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갈고 닦아서 앞으로도 계속 수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